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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글 틀렸지만 고의성 없어

Posted April. 21, 20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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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 씨(31)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가 정부 정책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은 맞지만, 글을 쓸 당시 그 같은 내용이 틀렸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 자기 글 틀린 것 몰랐을 것

재판부는 검찰이 박 씨를 기소하면서 문제 삼은 외환보유액 고갈로 외화예산 환전 업무 중단(2008년 7월 30일), 정부, 주요 금융기관에 달러매수 금지 긴급공문 발송(2008년 12월 29일) 등 2편의 글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이 아니며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낸 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씨가 자신의 글이 틀렸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말에는 실제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씨가 외화예산 환전업무가 8월 1일부터 중단된다는 인터넷 뉴스속보 제목을 보고 외화예산 환전업무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상태에서 오해해 잘못된 내용의 글을 썼다는 것. 지난해 12월에 쓴 글 역시 기획재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매수 자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박 씨가 완전히 잘못된 내용이라는 점을 알고도 일부러 거짓 글을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씨가 공익을 해칠 목적을 갖고 글을 썼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행동의 동기와 수단, 내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데 박 씨가 개인들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글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실제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할 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인 표현의 자유 재확인

박 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변호인단은 우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김갑배 변호사는 검찰이 미네르바를 기소한 것 자체가 무리했으며,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예훼손의 소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하지만 국가기관이 허위 여부를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면 개인이나 언론이 필요한 내용을 제때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관계를 오인했으며, 이 때문에 박 씨가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알았는지와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