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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일상에 지친 영혼 깨우다

Posted February. 19, 20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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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모든 게 빠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강요되는 세상인데 그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 유배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워낭소리의 세계에는 속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서 삶을 되돌아보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문학평론가 김갑수)

노인과 소의 40년 우정을 통해 소박한 감동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두면서 워낭 신드롬을 낳고 있다. 제작사 인디스토리 측은 현 추세대로라면 21일이나 22일에 1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큐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이다.

하루 5만 명씩 본다=제작사 측은 16일부터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하루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1월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 달여 만인 이달 17일 82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독립영화의 최고 흥행 기록은 2007년 22만6220명을 동원한 원스였다. 특히 2008년 개봉된 100편 중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6편뿐이었다.

워낭소리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독립영화 상영 지원을 받는 7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17일 현재 스크린 수는 216개로 확대됐다.

이 영화는 최근 입소문을 타고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가세하면서 관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초 50대 관객이 23%에 그쳤으나 2월 들어 15%(CGV 집계)로 급증하고 있다고 CJ CGV가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메가박스에 이 영화를 관람하러 온 대학생 양미도 씨(22)는 어머니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정말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셔서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일상에 지친 영혼을 일깨워=워낭소리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잔잔하지만 큰 여운을 주는 이 영화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순수함과 가공되지 않은 감정을 보여주며 일상에 지친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어두운 소식만 들리는 시기에 사람과 동물의 속 깊은 정을 그린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경제위기로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점에 4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노인과 소의 진득한 관계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너나 할 것 없이 팍팍하게 지내는 요즘 이런 진득한 관계를 지켜보는 경험이 찡한 울림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잊고 살아가기 쉬운 요즘 인위적인 것과 헛된 욕망 등이 배제된 워낭소리 속의 원초적인 삶을 보면서 근본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으며 얕은 사랑 타령에 지친 사람들에게 속 깊은 애정과 연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설명도 나온다.

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즐거운 오락거리가 많아지고 갈등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드라마나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시대에 워낭소리는 삶의 밑바탕에 있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화가 극적이진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를 건드렸다며 소중한 것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조종엽 sohn@donga.com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