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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대책 봇물 와 닿는 게 없다

Posted February. 03, 20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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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A섬유회사를 경영하는 이모(50) 사장은 지난달 중순 신용보증기금에 보증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봤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창구로 달려갔지만 대출담당 직원은 회사 신용등급이 낮아서 보증을 설 수 없다. 차입금도 너무 많아 불안하다며 보증을 거부했다.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국책기관 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회는 2009년 예산안 심의 때 신보에 9000억 원을 신규 출자하는 정부안을 수용했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에 돈을 푼다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이렇게 할 거면 국책 금융회사에 투입할 돈을 자금 사정이 열악한 기업들에 그냥 나눠 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민생 관련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 같은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정부 대책이 국민과 기업이 느낄 만큼 실효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나성린(한나라당) 의원이 집계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각종 정책 발표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융 부문(한국은행 정책 포함) 39건, 중소기업 21건, 부동산 10건, 복지 3건 등 굵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책만 73건이 발표됐다.

그런데도 국민이 보기에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정책이 시장과 동떨어져 있거나 서민복지 대책 등의 집행 기관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홍보 또한 미흡한 측면이 있다.

여기다 정책의 발표시점과 적용시점, 효과가 구체화되는 시점 간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200억 원가량 손실을 입은 B회사의 한 사장은 정부가 10월 키코 피해 기업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 회사가 받는 돈은 10억 원 정도라며 은행을 상대로 한 키코 무효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데 은행에서 되레 이를 문제 삼아 대출을 안 해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을 늘리면서 별도로 주던 노인승차권 혜택을 연금에 통합시켰다. 하지만 교통비가 연금에 포함돼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노인들은 공짜 시내버스조차 없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재정을 얼마 투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재정투자 집행 규모가 목표액을 10%포인트 초과하는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속도전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고기정 류원식 koh@donga.com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