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AGAIN 1927 양키스의 야망

Posted January. 12, 2009 07:16   

中文

2002년 12월 쿠바 특급 호세 콘트레라스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은 보스턴 레드삭스 래리 루키노 사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양키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콘트레라스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택했기 때문. 루키노 사장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 부르며 비난했다.

2009시즌을 앞두고 악의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양키스는 자유계약선수(FA) 빅 3로 꼽히던 마크 테이셰이라, C C 사바시아, A J 버넷을 싹쓸이했다. 다년 계약을 한 이들 3명에게 지급할 돈만 4억2350만 달러(약 5650억 원)에 이른다.

10년 연속 총연봉 1위 성적은 하향세

양키스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총연봉 1위 자리를 지켰다. 선수들에게 주는 돈이 한 해 2억 달러를 넘는 구단은 양키스가 유일하다.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있지만 성적은 별로다. 1998년부터 3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양키스는 지난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세계적인 불황 탓에 돈으로 성적을 산다는 비난이 예년보다 거세지만 양키스의 올해 총연봉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연봉 2342만 달러의 제이슨 지암비를 비롯해 보비 아브레우, 마이크 무시나 등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던 고액 연봉자들을 내보내면서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올해는 13억 달러를 투자한 뉴양키스타디움 시대의 원년이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성적만큼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인 상품은 없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1927년의 영광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강팀으로 1927년 양키스를 꼽는다. 전설 베이브 루스(60개)와 루 게릭이 홈런 107개를 합작했던 해다. 그해 루스 1명보다 홈런을 많이 친 팀은 없었다. 154경기에서 110승 44패(0.714)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피츠버그를 4연승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양키스에는 130경기 이상을 뛴 선수 가운데 타율 3할 이상이 5명, 100타점 이상이 4명이었다. 마운드에는 22승 7패, 평균자책 2.63의 웨이트 호이트를 비롯해 10승 이상 투수가 6명이나 됐다.

올해 양키스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필두로 사바시아, 테이셰이라, 데릭 지터까지 연봉 2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만 4명이다. 버넷, 마리아노 리베라, 호르헤 포사다, 조니 데이먼, 마쓰이 히데키도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자다.

두둑한 돈지갑을 앞세워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혔지만 고액 연봉자들이 먹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양키스를 악의 제국으로 만든 콘트레라스도 정작 광적인 팬들로 유명한 양키스타디움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다 1년 반 만에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옮긴 뒤에야 명성을 되찾았다.

타고투저의 시대였던 1920년대의 양키스와 지금의 멤버를 나란히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으로 FA를 싹쓸이하며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한 양키스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올 시즌 내내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다. 과연 악의 제국은 다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까.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