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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은행원 줄줄이 떠난다

Posted December. 31, 20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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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1300여 명의 은행원이 은행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맞아 희망퇴직을 받는 방법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30대 젊은 행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할 내년에는 금융권의 희망퇴직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 신청 요건 완화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9월 이후 농협 320명, 한국씨티은행 298명, SC제일은행 193명, 부산은행 49명, 대구은행 45명 등 5개 은행에서 905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직장을 떠났다.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합하면 희망퇴직자는 1300여 명으로 늘어난다.

과거에 정년을 앞둔 50대 후반 직원들이 주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면 올해는 30대 초중반인 젊은 은행원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29일까지 국민은행에 희망 퇴직원을 낸 350여 명 중 20, 30대 비중이 3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의 희망퇴직이 늘어난 이유는 우선 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과거 근속 15년 이상 행원에게만 받던 희망퇴직을 올해는 8년 이상으로 바꿨다. 한국씨티은행은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 근무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농협은 지난해 정년퇴임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올해는 4급(과장) 이상과 40대 이상 5, 6급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젊은 은행원들의 희망퇴직 사유는 크게 육아와 자기계발 등 두 가지다.

농협 관계자는 30대에 희망퇴직한 직원 중 기혼 여성 직원들은 주로 육아 때문에, 남성 직원들은 경영학석사(MBA) 학위 등을 따러 유학을 가기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야근이 많고 업무 강도가 센 은행 대신 다른 일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이민을 위해 희망퇴직하는 직원도 봤다고 말했다.

은행 임원, 제2금융권도 퇴직 칼바람

은행들이 조직 슬림화를 서두르면서 임원들은 인력 감축의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이미 인사를 단행한 국민, 우리은행과 농협의 임원들은 큰 폭으로 교체됐다.

국민은행은 29일 부행장급이 맡는 사업그룹을 13개에서 11개로 축소하면서 부행장의 절반가량을 교체했다. 기존 부행장 13명 중 6명이 자리를 떠났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부행장을 11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8명의 부행장을 교체했다. 이 중 3명은 지난해 12월 임명돼 1년 만에 물러났다. 농협도 19명이던 집행간부를 15명으로 줄이면서 그중 10명을 물갈이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큰 폭의 임원 인사가 예상돼 임기를 못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 임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바람은 제2금융권에도 불기 시작했다.

이달 1017일 2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카드에서는 전체 직원(3200명)의 15%인 488명이 희망퇴직원을 냈다. 대우캐피탈은 최근 150명이 512개월 치 기본급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솔로몬저축은행도 전체 직원의 10%인 30명가량이 신청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