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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형 부작용 집단 승소

Posted December. 16, 2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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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방영한 TV드라마 종합병원2는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의대에 진학한 하윤(김정은 분)이 주인공이다. 그의 꿈은 의료전문 변호사. 최근 발표된 로스쿨 합격자 중에는 의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서울대 7명, 이화여대 4명이다. 변호사가 의술을 공부하고, 의사가 법 지식으로 무장하는 현상은 의료사고의 급증 추세를 반영한다. 의료사고로 인해 오가는 소송비용과 합의금 규모는 2010년이 되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갈수록 수요가 커질 시장을 내다보고 미리 전문 지식을 쌓으려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대개 병원과 환자의 합의로 해결하지만 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00년 519건에서 2006년 979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환자 쪽이 승소하려면 환자 스스로 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을 판사 앞에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민사소송법에서 손해배상의 입증 책임은 피해자 쪽에 있다. 하지만 의술은 고도의 전문 영역이어서 환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달걀로 바위치기 같은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

같은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똑같이 부작용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의료사고에서 환자 집단소송의 승리는 첫 케이스이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라도 여러 개를 모으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도 의술의 특수성을 고려해 환자의 입증 책임보다는 의사 쪽에서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차츰 바뀌고 있다. 의사들이 바짝 긴장할 만 하다.

의료분쟁의 증가는 환자의 권리의식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병원 측도 할 말이 적지 않은 듯 하다. 피해자 쪽에서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지나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의대 졸업생 가운데 외과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줄어들어 수술할 인력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은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 때문이다. 의사 쪽에서 환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서로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