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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구조조정, 책임과 권한 분명히 해 진척시켜야

[사설] 기업 구조조정, 책임과 권한 분명히 해 진척시켜야

Posted November. 21, 200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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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줄도산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에 선별적 선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지 2주일이 넘었지만 지원도 구조조정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이 상위 100대 건설사에 가입을 권고한 대주단() 협약은 신청 기업이 전혀 없는 상태다.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업체들은 외국 경쟁업체들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부풀려 소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인지 대주단 가입을 꺼린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자금지원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을 기대하면서 버티고 있다. 줄도산 공포를 무기로 활용하는 꼴이다. 중소 조선업계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이런 문제를 낳았다. 대주단 협약 프로그램이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것인지, 구조조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명확하지 않다. 협약 가입 자격도 회사채 BBB- 등급 이상이라고 해놓고 그 이하도 주채권금융기관 판단으로 선정 가능이라고 얼버무려 놓았다. 이렇게 애매모호하니 건설업체들은 내용도 모르는 협약에 가입할 수 없다고 버티고, 은행들은 건설업체 부실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며 겁을 낸다.

정부가 대주단 협약 운영을 은행연합회에 떠넘긴 것부터 보신()주의의 전형이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권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라고 한 속뜻은 정부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닌가. 정부는 당초 회생 가능한 기업만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어떻게든 기업을 살려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놓고 은행에 알아서 하라고 미루는 것은 비겁한 책임 전가일 뿐이다.

워크아웃이건 부도에 앞서 지원하는 프리 워크아웃이건 정부가 직접 나서 총대를 메야 한다. 지금은 관치() 논란을 벌일 정도로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 정부가 큰 원칙을 투명하게 하면서 채권은행들의 견해를 수렴하고 사례별로 현실적인 판단을 해나가야 한다. 기업 살리기에 치중하다가 기업의 부실 유발 책임을 따지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의 새로운 짝짓기 가능성을 시사해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10년 전 경험을 살려 원칙이 분명하고 투명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부실을 덮어두면 다른 부문으로 전이돼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