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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인정보 함부로 내돌리는 정부와 공공기관

[사설] 개인정보 함부로 내돌리는 정부와 공공기관

Posted September. 22, 200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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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및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를 막으려는 국가적, 사회적 노력과 대책이 너무 미흡하다. 오히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개인정보이 신성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긴요하다.

금융위원회의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수사기관과 공공기관에 제공한 금융거래정보는 35만775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83.2%인 29만7696건이 계좌 명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넘겼다고 한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과 내부자거래, 불공정행위 조사 등 이외엔 사전에 서면동의를 받게 돼 있고 계좌추적에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다. 그런데도 본인 동의 없는 정보제공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정보를 내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이것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돈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수사관련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경찰관들의 업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경찰청의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지난 5년간 전과()나 차적(), 수배 관련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44명의 경찰관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내용은 거의 절반인 21건이 견책에 그쳤다. 수사기관조차 개인정보유출 범죄의 중대성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자료 72만 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공단 직원들이 2002년부터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다수의 유명 정치인과 인기 연예인들의 건강정보 1만2000여 건을 불법 열람하고, 1800여 건을 유출한 사건은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낙태 경험이나 아파트 위층에 누가 사는지 등 개인적 호기심을 채우는데 건강정보가 악용되기도 했다.

일반기업에 의한 고객정보까지 합치면 올 들어서만 총 3000만 건의 개인정보가 나돌았다. 국민 대다수가 사생활 침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민의 사생활이 마구 벗겨지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과 법적,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