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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권이 핵보다 중요

Posted September. 04, 20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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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인권을 위해 용감히 일하는 탈북자들이 받아야 할 영광을 대신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수전 솔티(49사진) 미국 디펜스포럼재단(DFF) 대표는 3일 본보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감사했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매달려온 지난 12년간을 되돌아봤다.

이번 수상이 한국 정부나 단체로부터 받는 첫 상인가?

그렇다. 사실 1999년 탈북자 관련 회의 참석차 한국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도 환대해줬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본격화하고, 이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 인권문제는 한국 정부가 가장 많이 관여해야 할 문제인데 가장 적게 관여해왔고 침묵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도 탈북자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어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엔 변화가 느껴지는가.

이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데 고무됐다.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침묵은 북한 주민에게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르완다에서 100만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북한에선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세계가 2000명의 미얀마 정치범에 대해 얘기하지만 북한은 2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 매일 수많은 인명이 수용소에서, 그리고 기아로 쓰러져 가고 있다. 이것은 학살이고 진행 중인 홀로코스트다. 최근 수년간 김정일 정권은 포커스를 핵문제에 맞추게 했고, 세계는 그가 어젠다를 주도하도록 해줬다. 이제 더 크게 인권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진보진영에선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 정권이 더 문을 닫아걸고, 결국 북한 주민의 고통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은 10, 20년 전엔 타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으로 시험해 봤지 않은가. 결과는 실패였다. 햇볕정책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죽었다. 얼마나 더 많은 주민이 죽어야 인권 탄압을 중단시킬 것인가.

김정일 정권이 갑자기 붕괴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진정한 소프트랜딩은 북한 주민이 그들의 목소리를 찾고 김정일에게 압력을 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서는 것이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소프트랜딩이다. 그동안 (한국이나 미국이) 해온 것은 김정일을 어떻게 달래 현상 유지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북한 주민에게 무엇이 최상인지를 토론해야 한다.

지금 가장 절박한 인권 이슈는 무엇인가.

식량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식량 원조를 절대 지지한다. 하지만 식량 배분이 북한 정권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실제 식량을 소비하는 걸 외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주로 어떤 일에 초점을 두나.

탈북자 지원을 주로 한다. 미국 의회와 여론지도층에 북한 상황을 교육시키는 것도 주요 업무다. 자유북한라디오방송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100% 운영하는 이 방송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질 것이다.

12년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실망스럽지만 북한 인권 상황은 나아진 게 거의 없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 상황을 많은 이가 알게 됐고 이해가 높아진 것이 성과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