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KBS 사장 인선문제로 지난 17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이 유력 사장 후보와 만난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못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21일 이사회가 추린 5명의 KBS 사장 후보 중 한 사람이 끼어 있었다. 이 대변인은 KBS 개혁을 위한 원로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지 인선개입은 아니었다 고 주장했다. 사장 인사를 코앞에 두고서야 KBS 문제를 파악해보겠다고 나섰다는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방송법 6조에는 방송은 정부를 포함해 특정집단의 목소리를 편향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도 당연히 보도 편향성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해 당사자다.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들과 협의해 후보 제청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할 KBS 이사장이 사장 인선 및 제청을 앞두고 특정 후보와 함께 청와대 인사들을 만난 것은 일종의 사전 조율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KBS 이사회가 임기가 남아 있는 정연주 사장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임하라고 제청한 것은 방만경영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어 방송의 중립성 및 공정성을 내팽개치고 편파방송을 일삼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정작 노 전 대통령의 코드를 빼내고 새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려는 의도였다면 정 사장 해임은 명분을 잃게 된다. 지금 국민의 눈은 방만경영의 군살을 빼고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 인사가 KBS 사장으로 임명될지에 쏠려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란 단체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동원해 이사회의 새 사장 인선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것인 양 착각하며, 집단이기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진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폭력적 수단으로 이사회의 사장 인선을 방해하는 사원들이야말로 KBS 신임 사장이 1순위로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KBS의 주인은 정부도 KBS직원도 언론단체도 아니고, 수신료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사원들은 사장 인선에 개입하는 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청와대도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를 제청할 때까지 뒤로 물러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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