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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우니 행복, 이젠 펀 올림픽

Posted August. 19, 20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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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유도 남자 60kg급)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겪었던 설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와 동메달에 그친 자신을 대하는 주위의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팬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고, 팬들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12일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역도 선수 이배영의 미니홈피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와 투혼을 보며 울었다는 등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왕기춘, 남현희가 유도와 펜싱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한 11일에는 두 사람의 미니홈피에 10만 명이 넘는 축하객이 방문했다.

인터넷에서는 지상파 중계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응원 글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마장마술에 출전한 최준상이 47명 중 46위를 차지한 소식이 전해지자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대단하다 4년 뒤를 기대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여자 카약 1인승에 출전하는 이순자가 카약을 직접 빌린다는 보도가 나가자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당신들이 있어 행복하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나라 카누의 역사가 시작되리라는 것을 잘 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근대5종 경기에 출전하는 이춘헌에 대한 소식에는 이 많은 종목을 혼자 다하다니 진정한 스포츠인이다 비록 적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더라도 지켜보는 그들을 위해 힘내라는 응원이 실렸다.

선수들 스스로가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기는 것도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유도에서 은메달에 머문 김재범은 결승에서 진 것은 진 것이다. 이유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금메달 후보였던 역도의 윤진희는 자기 기록을 못내 은메달에 그쳤지만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이배영도 성적은 꼴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꼴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못 따면 고개를 들지 못하던 이전 올림픽과 달라진 것이다.

박진경 관동대 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1등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결과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긴다는 점이 이번 올림픽 관전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이라며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기던 수영에서 금메달이 나오고, 기대하기 어렵던 역도 세계 신기록을 우리 선수들이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관중들도 자신감이 높아지고 스포츠를 대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남중웅 충주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한국의 스포츠가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라며 국가 지원이 절대적이던 과거에는 국가라는 개념이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의 선수들에게는 자기만족, 개인적 명예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 정양환 gold@donga.com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