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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도 귀화도 올림픽, 네가 있으매

Posted July. 30, 200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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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올림픽 참가 사상 처음으로 순혈주의가 깨졌다.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순혈주의를 깬 주인공은 키 158cm의 아담한 체격인 당예서(27대한항공). 중국 지린 성 창춘 출신인 그는 지난해 말 귀화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냈다.

한국에 사는 매미 중에 유지매미가 있다. 수컷의 경우 몸길이 3.1cm 정도인 이 자그마한 매미는 태어난 뒤 땅 속에서 유충(굼벵이)으로 6년을 살고 7년째 되는 해에 밖으로 나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된다.

6년간 지하 생활에서 나를 지켜준 건 탁구

당예서가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의 과정은 유지매미가 성충이 되는 과정을 꼭 닮았다. 2001년 대한항공의 연습 파트너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는데 올해 초까지 6년간 철저히 음지에 있었다. 국적이 중국인이라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전혀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당예서는 그때 이미 실력자였다. 탁구 세계 최강인 중국의 국가대표 상비군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을 선택한 것은 오로지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였다. 중국에선 대표팀 내 경쟁이 치열해 올림픽 출전 선수로 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 중국의 탁구대표팀 상비군은 50여 명. 주전으로 활약하는 대여섯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주전들의 연습 파트너에 불과하다.

그래도 한국행은 그에게 모험이었다. 오로지 올림픽 무대를 꿈꾸며 6년간 지하생활을 했다. 김포의 선수단 숙소와 체육관을 오가는, 오로지 탁구만을 위한 삶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렀는데 당예서의 한국어는 아직 어눌하다. 한국어를 익힐 시간까지 탁구에 쏟아 부은 탓이다.

지난해 말 귀화는 그에게 마침내 날개를 달아주었다. 당예서는 푸드득 아주 가볍게 날아올랐다. 연습 파트너라는 굴레를 벗어던지자 국내에선 그와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고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던 5월 일본오픈에서는 예전의 탁구여왕이며 현 세계 5위인 왕난(중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해 초만 해도 세계 랭킹이 아예 없었던 그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세계 26위까지 올라갔다.

중국 누구와도 맞설수 있는 유일한 한국대표선수

23일 태릉선수촌 탁구대표팀 훈련이 한창인 개선관. 휴식 시간을 이용한 기자와의 인터뷰도 단호히 거절했다. 탁구 이외의 일에 신경 쓰기 싫다는 것.

현정화 대표팀 코치는 그를 중국 어느 선수와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당예서는 경기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백핸드와 수비 능력이 모두 좋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다.

한국 여자 팀은 이번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노린다. 당예서는 당연히 에이스다. 4단식 1복식으로 이뤄진 단체전에서 복식은 김경아(대한항공)-박미영(삼성생명)으로 결정돼 있다. 복식조 선수는 단식에서 한 경기밖에 못 뛴다. 2번의 단식에 나서야 하는 당예서는 그것도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1단식과 접전 때 승리를 마무리 짓는 4단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그의 평생의 삶이 오로지 올림픽에 맞춰져 있어 이후는 모든 게 물음표다. 성충이 된 뒤 1, 2주밖에 못 사는 유지매미와는 달리 이번 대회는 그의 탁구 인생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