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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Posted December. 22, 200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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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작업을 하던 군인도 모두 철수하고 한마디로 설상가상입니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해사촌마을. 21일 새벽부터 퍼붓기 시작한 눈으로 이 마을은 외딴섬으로 변했다. 시간당 최고 3.7cm의 눈이 내리면서 완전히 고립됐다.

비닐하우스 30여 동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눈 폭탄을 맞아 부서진 비닐하우스를 걷어낸 자리에는 냉해를 입은 방울토마토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장 문형식(45) 씨는 공수부대원 120여 명이 눈보라 때문에 복구 작업을 포기하고 돌아갔다며 겨우 세워 놓은 비닐하우스가 또 무너지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4일 폭설로 자동화 하우스 800평이 무너진 이희남(53) 씨는 평생 이런 눈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부서진 하우스를 걷어내고 다시 파종을 하려고 했는데 눈이 하우스 단지를 뒤덮어 농사지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1km 정도 떨어진 월평마을도 고립무원의 상태였다. 복구 작업을 벌이기로 했던 육군보병학교 장병들이 눈 때문에 오지 못한 데다 비닐과 보온덮개 공급마저 끊기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주민 김봉호(42) 씨는 어제까지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돼 오늘과 내일만 일을 하면 어느 정도 복구를 끝낼 수 있었는데 30cm가 넘는 눈이 내리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호남 지역의 12월 적설량은 1938년 광주지방기상청 관측 이래 67년 만에 최고이다. 4일 이후 적설량은 전북 정읍시 162.7cm, 광주 88.8cm를 기록했다.

이날 폭설로 응급 복구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군인과 공무원 등 80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나 폭설과 강풍으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자 철수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4시 55분부터 호남고속도로 서순천전주 170km 구간을 통제했다. 도로공사와 경찰은 21개 나들목에서 차량 진입을 막고 고속도로에 있는 차량을 국도로 우회시켰다.

전남 목포 여수, 전북 군산의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고 광주, 여수, 군산공항의 비행기가 결항했다.

전북 김제 고창 부안 100여 개 초등학교는 22일 휴교하기로 했으며,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임시 휴교를 하도록 지시했다.



정승호 김광오 shjung@donga.com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