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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비심리

Posted September. 12, 20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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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인사말로 유행했었다. 그 뒤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부자연구가 문승렬 국민은행 팀장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휴먼&북스)이란 책에서 부자들 가운데 겨울에 태어난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밝힌다. 또 가구나 옷차림은 수수하지만 자녀교육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 광고대행사는 25만명쯤 되는 부자 사모님들은 가족을 최우선시하며 명품을 좋아하면서도 이유 없는 사치는 꺼린다고 전한다.

부자들의 씀씀이를 흉보고 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적절히 돈을 써줘야 생산도 고용도 나아진다. 지금처럼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계속 부진하다면 장기불황 우려를 씻기 어렵다.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한국CEO포럼이 7월중 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에 진입한 초기이거나 이미 진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70%나 됐다.

2003년까지 경기부진에 허덕이던 미국은 민간의 소비심리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했다. 미국경제의 3분의 2 이상이 민간소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측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매달 소비자 신뢰지수 등이 발표될 때면 정부, 기업은 물론 증권시장까지 긴장하며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 한국도 19882002년 경제성장률 중 소비가 기여한 몫이 6466%이어서 미국과 비슷해졌다.

지난주 말 발표된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94.8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 소비지출에 대해 비관적인 가구가 낙관적인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다행히 월평균 소득 400만 원 이상 계층의 경우는 올 2월 이후 8월까지 계속 100을 웃돌았다. 하락세이긴 하지만 연초의 애국소비가 남아있는 듯하다. 소비를 늘리려면 부자들이 먼저 지갑을 열어야 한다. 이들의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