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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삼순이 만세!

Posted July. 20, 200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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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나온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은 영화사()에 남을 여성상()으로 꼽힌다. 서른 넘은 나이, 예쁘달 수 없는 외모, 129파운드(58.1kg)의 몸매까지! 남자 없다고 툴툴대지 말자고 되뇌면서도 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 사랑과 몸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브리짓은 전 세계 평범녀들의 우상이었다. 영국에선 30대 싱글 직장 여성의 소비 패턴, 잘 가는 바와 헬스클럽을 소개하며 브리짓 존스 경제가 뜬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브리짓 부럽지 않은 여성상이 떴다. 젊지도,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걸 알았다면서도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하며 눈물 흘리고, 돈 많은 삼식이에게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어? 소리치는가 하면, 너무 오래 굶었어하며 성적 욕망도 드러낸다. 신데렐라도, 캔디도, 그 둘을 합친 캔디렐라도 아니다. 일상에 발을 딛고 서서는 가끔 꿈과 환상에서 위안을 찾고, 더러는 행운을 만나기도 하는 순대렐라 같다.

김선아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삼순이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거다. 7kg쯤 몸무게를 늘렸다는 김선아는 예쁜 척하지 않는, 젊은 여배우에게선 보기 드문 실감 연기로 찬탄을 자아냈다. 삼순이 케이크가 불티나고, 패러디 광고가 나오고, 홈쇼핑에서 삼순이가 살 만한 상품이 잘 팔리는 삼순이 효과도 김선아의 열연과 무관치 않을 듯하다.

21일 어떻게 종영될지는 비밀이라고 한다. 삼식이와 해피엔딩이 안 되더라도 삼순이는 나름대로 잘살 게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파티시에(제과기술자)가 되겠다는 포부와 실력을 갖춰서다. 연애 끝이나 실직 때도 꼭두새벽 케이크를 구우며 스스로 치유했던 삼순이가 시시하게 살 리 없다. 삼식이 표현대로 자기 손으로 성실하게 일해서 그 돈으로 꿈을 키우는 이 땅의 삼순이들 만세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