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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창들, 100일후 평화의 소리

Posted June. 22, 2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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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산들바람이 건듯 불던 18일 저녁 전북 전주시 풍남동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모셔진 전각 경내 특설무대에 특별한 손님들이 올랐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 씨가 이끄는 퓨전 밴드 해금플러스가 유장한 초수대엽에 이어 한오백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때로 구슬프게 흐느끼는 듯, 때로 웃어제끼는 듯 강 씨의 해금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느닷없이 밴드의 양악기인 키보드 등이 거슈윈의 서머타임을 연주하며 동서양 음악의 난장을 벌였다.

이어진 무대에는 안숙선 명창이 가세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적막 옥방 찬 자리에 서양 현악기 합주를 모방한 해금과 키보드의 비장한 화음 속에 울려 퍼지는 쑥대머리 가락을 들으며 객석 군데군데 섞여 앉은 금발의 외국인들도 끄덕끄덕 고개장단을 맞추었다.

이날 공연은 200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D-100을 축하하는 행사. 공연에 앞서 안숙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은 이 지역 출신의 가수 이안 씨에게 명예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하며 경내를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당부했다.

9월 27일부터 1주일 동안 열리는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난() 민() 협률()을 주제로 정했다. 전쟁과 재난으로 얼룩진 세계를 향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우리 소리로 평화의 정신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는 집중기획 판소리가 눈길을 끈다. 오정숙 성창순 김일구 조통달 박송희 명창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판소리 명창명가, 전주대사습 대통령상 수상자들이 출연하는 완창판소리 다섯바탕 등 전통 소리마당이 있는가하면 고은 시인이 대본을 쓰고 안숙선 명창이 작창()한 창작판소리 초혼, 최초의 애니메이션 판소리 한국의 설화 12바탕전, 2인 판소리극 호질 등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도 선보인다.

협률을 강조한 이번 소리축제의 정신에 따라 분쟁지역의 예술가들을 초청한 점도 눈에 뜨인다.

이라크의 쿠르드족 지역을 근거지로 이란, 터키, 시리아의 쿠르드족 음악가들이 결성한 리빙파이어 앙상블이 출연해 중동의 평화와 쿠르드족 독립국가 수립을 호소한다. 이스라엘의 야이르 앙상블과 팔레스타인의 살라메 앙상블도 초청돼 한 무대에서 두 민족의 해묵은 증오를 풀 것을 화음으로 웅변한다.

곽병창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합주단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서 세계 평화를 위한 커다란 메시지를 담아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ww.sorifestival.com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