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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조정 시스템이 무너졌다

Posted June. 08, 2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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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시스템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

정부부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작성한 마스터플랜에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밖에 못하고, 자문위는 경험 부족으로 각 부처를 조율하는 힘과 능력이 부족하다. 여당은 당내 의견이 워낙 다양해 정부와 의견 충돌을 빚기 일쑤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조정을 하는 흔적도 없다.

한마디로 청와대, 총리실, 여당, 행정부가 각개약진을 하면서 정책 조정기능이 실종됐다.

행정부가 수개월간의 토의 끝에 만들었으나 여당의 반발로 재검토가 불가피한 영세 자영업자 및 재래시장 대책은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정책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들도 여당과 정부 간에 불협화음이 잦아 국민은 혼란스럽다.

정책 우선순위가 없다

행정부 관리들이 최근 사석에서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부문은 정책 우선순위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관리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총리실에서 균형발전 때문에 안 된다며 거부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과천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강남을 대체할만한 토지가 핵심이라고 판단해 과감한 토지규제 완화 대책을 올렸지만 국방부와 환경부 등이 반대해 실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청와대, 총리실, 경제부총리 등 어느 곳에서도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해주는 곳이 없다. 오히려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23개나 돼 옥상옥()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회의가 많지만 정책을 조율하면서 실행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컨트롤 타워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교육의료법률시장 개방, 기업도시나 경제자유구역 건설, 토지규제 완화 등 최근의 경제정책은 비경제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보다는 종합권력 즉 대통령이나 총리가 추진하지 않으면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김종석() 교수는 분권형 시스템이라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줄 곳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청 삼각구도가 무너졌다

정책 시스템의 삼각 축인 당-정-청의 불협화음은 심각한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 추진, 자영업자 대책, 재래시장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 민감한 정책을 청와대에만 보고하고 당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불만이 팽배해있다. 그러나 경제부처는 집권당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한다고 비판한다.

청와대와 정책부서 간에도 미묘한 갈등이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정책협의 과정에서 균형발전, 강남 집값 등 청와대의 핵심코드에 대해서는 감히 이견을 제기하지 못 한다고 답답해했다.



이병기 신치영 eye@donga.com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