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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이 끌리나요

Posted April. 08, 200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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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시장조사기관인 미국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모토로라는 15.4%의 시장점유율로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휴대전화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위로 밀렸다. 당시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2위를 되찾은 건 순전히 레이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레이저는 지난해 4분기에 100만 대 이상 팔렸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한물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시점에 모토로라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럽과 미국시장에 다시 새긴 점이 크다.

판매실적만 보면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이 앞선다. 지난해 11월 유럽에 첫선을 보인 후 4개월 만에 300만 대가 팔렸다. 삼성전자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이건희폰과 벤츠폰이 200만 대를 돌파하는 데 각각 7개월과 5개월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세다.

수상() 실적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블루블랙폰은 2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에서 최고 제품상을 받았다. 당시 레이저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레이저는 한 달 후인 지난달 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모바일 뉴스 어워드 2005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상을 받았다.

디자인의 힘=블루블랙폰은 세계적인 패션잡지인 에스콰이어 2월호에 영감()을 주는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패션잡지에 휴대전화 기사가 실리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 그만큼 스타일을 인정받은 셈이다.

휴대전화 컬러에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을 처음 도입한 것이 어필했다. 화면을 밀어올리는 슬라이드 방식으로 손안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아담하다.

레이저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전화다. 면도날(Razor)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폴더를 열면 큼직한 화면이 나타난다. 키패드를 에칭으로 새겨 넣는 방식을 채택해 두께를 줄일 수 있었다. 700만 화소급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발표되는 마당에 레이저는 3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 있고 별다른 기능이 없다. 그런데도 잘 팔리는 이유는 뛰어난 스타일 덕분이다.

한국시장에선?=한국을 포함해 선진국의 휴대전화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다. 지금까지 컬러 화면, 카메라, 소형화로 고객을 끌었지만 기능 위주의 판매전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 수석디자이너인 황창환 부장은 시장마다 휴대전화를 고르는 기준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실용적이면서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유럽은 스타일이 뛰어난 제품을 좋아하면서 다소 보수적인 면도 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한국시장은 유럽과 유사하다고 한다.

한국의 소비자는 까다롭다.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는 레이저는 카메라를 100만 화소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모토로라코리아 마케팅팀의 조주연 상무는 레이저가 기술과 스타일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석민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