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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시신 확인 007작전

Posted January. 02, 20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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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태국 남부 끄라비의 시신 안치소. 한국 유가족들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로 600여 구의 시신 사진을 살펴보던 유가족들이 지현진 씨(24여)와 김형순 씨(45여)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한 것.

한국에서 파견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팀과 경찰청 지문감식팀 4명이 급히 머리를 맞댔다. 이틀 전 도착했지만 태국 당국이 시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 한국팀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지문 감식 작업이 아니라 개별적인 시신 확인만 하겠다고 제안했다.

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컨테이너에서 시신 2구를 꺼냈다. 시신은 부패해 있었다.

지문감식팀이 손가락을 살폈지만 이미 지문도 없어진 상태. 치아 형태와 나머지 옷가지를 통해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채 10분이 안돼 태국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정식 허가증이 없으면 시신 확인을 할 수 없다며 작업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날 작업으로 시신 2구가 한국인임이 밝혀졌다.

법의학팀 관계자는 태국 정부의 일처리가 너무 늦고 제대로 된 처리 절차도 없다며 애타는 유가족을 위해 편법으로라도 시신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경찰이 들이닥쳐 김 씨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의아해하자 박희찬 과학수사과 경사는 10분간 살펴볼 때 미리 살점을 조금 떼 놓아 DNA 및 지문 검사가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