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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마음 씻고 바닷물에 피로 씻고

Posted November. 25, 20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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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 몸을 덥혀 줄 뜨끈한 것이 생각난다. 마침 색다르게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다니 반갑다. 일반적인 찜질방, 온천과는 다른 해수찜질을 내세워 전북 고창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구시포 해수월드가 그곳. 선운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겨울 산행을 마치고 몸을 풀기에 아주 좋다.

등산-드라이브-낙조 감상

고창군 상하면에 있는 구시포해수욕장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몰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다. 해수욕장 앞으로 가막도를 비롯한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떠 있고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가 그림 같다. 또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이 떠오르면 바다색은 다시 한번 신비롭게 변한다.

넓은 백사장 남쪽 끝에는 정유재란 때 주민 수십명과 산비둘기 수백마리가 반년 동안 난을 피했다는 천연동굴이 있고, 해안 일대에 기암괴석이 많아 볼거리도 쏠쏠하다. 주변에는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산세가 아름다운 선운산과 고창읍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군이 있어 가족 여행지로 손색 없다.

특히 선운산은 동백꽃과 화려한 단풍 덕분에 봄가을에 사람이 몰리지만 겨울 설경도 빼놓을 수 없다. 선운산을 휘돌아 구시포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선운산에 들렀다가 드라이브를 즐기며 구시포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일몰을 감상한 후 뜨끈한 해수찜으로 움츠린 몸을 풀면 그야말로 일석사조.

바닷물이 세포와 혈관 자극

구시포해수월드는 안주인 안성회씨의 친정어머니가 겪은 자연체험에서 착안했다. 내리 6남매를 낳은 안씨의 친정어머니는 늘 몸이 찌뿌드드해 자리에 눕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 불에 달군 돌에 얹어놓은, 바닷물을 끼얹은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찜질을 하면서 몸이 개운해졌다고. 나머지 가족들도 체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래식 해수찜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목욕탕처럼 아담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350평 규모에 요모조모 짜임새를 갖춘 다양한 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전남 보성 녹차잎을 뜨거운 해수에 풀어둔 녹차탕, 황토와 참숯으로 꾸민 방에 바닷가 모래밭에서 찜질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모래찜질방,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는 쑥찜탕, 4시간 동안 소나무 장작을 지폈다는 불한증막.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곳의 백미는 해수찜이다.

해수는 사람 몸속의 혈장과 그 성분이 비슷해 체내로 침투된 해수가 세포와 혈관을 빠른 속도로 자극, 오장육부를 덥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염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더 확실한데, 구시포 앞바다의 물이 전국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0분이면 몸이 가뿐

이곳에서 해수찜을 하려면 두툼한 순면 찜복을 입어야 한다. 너무 투박해서 입기가 좀 거북하지만 물이 뜨거워 찜복을 입지 않으면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해수찜방은 들어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콧속으로 들어온다. 나무가 깔려 있는 바닥 사이사이에 마치 우물물처럼 해수가 담겨 있다. 김이 나지 않아 뜨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물 온도는 섭씨 8090도. 무심코 손이나 발을 담그는 건 절대 금물이다.

해수찜은 대형타월을 물에 담갔다가 건져낸 후 어깨나 허리, 다리 부위를 감싼다. 식으면 다시 물에 담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처음엔 수건을 몸에 대는 것만으로도 뜨거워 가슴이 뜨끔뜨끔하지만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몸이 개운해진다. 보통 2030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해수찜을 한 후 냉탕에 들어가는 것도 금물. 해수찜은 해수의 뜨거운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인데 갑자기 냉탕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다. 대신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식혜 한 사발 들이켜는 것이 좋다. 해수찜을 마치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지는데 이때 한약재를 넣어 푹 쪄낸 약오리찜이나 고창의 명물인 장어요리를 먹으면 보양음식으로 그만이다. 구시포해수월드 063-561-3323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