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확대되는 美中 화웨이 갈등에…우리 정부의 대처 방안은?[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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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소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근래에는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화웨이 사태’는 캐나다에 이어 유럽까지 확대되며 사이버 신냉전 구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화웨이 기밀유출 시도 논란과 2017년 발효된 중국 국가정보법의 국제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한국도 화웨이 장비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의 사이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는지, 한국 정부는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정치학 전공 15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순수한 안보적 관점의 충돌이라기보다 다분히 5G 기술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과 무역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미국은 교역대상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국영기업 보조금, 중국진출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을 시정하기 위해 일정한 제재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제301조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첨단과학기술분야 대중 수입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였고, 여기에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조치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이어지며 미중 통상마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15년 중국의 슈퍼컴퓨팅 기술발전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핵무기제조 및 적성국가 수출 등과 관련한 수출입금지조항 위반을 들어 인텔, Nvidia, AMD 등 주요 시스템 메모리 기업들의 대중 수출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6일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심리를 받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리에서 변호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해 멍 부회장의 체포가 미중 무역갈등과 무관치 않음을 
피력했다. 밴쿠버=AP 뉴시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6일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심리를 받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리에서 변호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해 멍 부회장의 체포가 미중 무역갈등과 무관치 않음을 피력했다. 밴쿠버=AP 뉴시스

결국 미중 간 무역분쟁과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촉발될 4차 산업혁명의 기술패권 경쟁이 이번 화웨이 갈등의 실질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세계 1위(2018년 기준 28%)인 화웨이의 영향력과 5G 시대 저렴한 통신장비에 대한 현실적인 필요성이 당초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했던 미국 동맹국의 입장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7월 시행된 중국의 ‘네트워크안전법’은 이른바 핵심기반시설에서 중국 국민의 개인정보 처리 시 서버의 중국 내 설치 의무화, 핵심기반시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안 심사 및 안전성 평가 실시 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발효된 동법 제37조는 중국에서 수집, 생산된 주요 정보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에는 중국 정부의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중국 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상당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법적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4월 시행된 ‘국가정보법’은 중국 내는 물론 국외 정보활동과, 자국 기업에 대한 정보업무 협조 요구 및 강제를 정당화하는 법률로서 정보기관들의 권한과 정보수집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외국인이나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중국기업인 화웨이의 보안성에 대한 불신을 확대시키는 근본적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결국 중국의 ‘네트워크안전법’과 ‘국가정보법’은 핵심기반시설이나 국가정보 업무를 위한 활동의 영역에서 기업을 통한 정부의 정보 접근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 등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와 기타 인터넷기업이 중국 정부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적어도 제도적 관점에서는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기술의 영역에서는 ‘영원한 안전성도 영원한 취약성도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제도적 환경과 중국 정부의 정책적 입장에 따라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평가는 상반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가 사이버 안보 법제를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 정보보호와 정보인권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아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정부차원의 안전성 검증 계획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밝히는데 그쳤을 뿐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찬반에 관한 어떠한 입장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고민 부족’인지 ‘전략적 모호함’인지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무엇보다 우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장비가 마땅히 없는 현실이 우리의 전략적 선택에 근본적인 한계 요인이 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화웨이 논란을 그저 국제정치의 사념적 논란으로만 다룰 수 없는 뼈아픈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사이버공간에서는 국가 간의 국제정치적 위상뿐만 아니라 산업적 기반과 기술적 우위가 국익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막연한 부정도 막연한 신뢰도 기술적 관점에서는 무용하고, 또 국익의 관점에서는 실익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공공 부문 중 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은 기술이나 가격의 우월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우방국가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제고하는 방식으로 기술이나 장비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할 경우에는 도입 당시에는 판단할 수 없는 보안성 이슈를 점검·대응하기 위해 언제라도 화웨이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과 상세 절차를 계약조건에 명확히 반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보안 취약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과 정보보안 산업의 견고한 기반을 갖추어 나가는 것은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화웨이 논란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대비책이 될 것입니다.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

○ ‘화웨이 사태’ 경과

화웨이 통신장비를 둘러싼 논란은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제기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을 자국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해 왔으나, 이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화웨이가 기업 구조나 의사결정 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으며 기밀 유출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는 물론 미국의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 의심마저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나섰습니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 네트워크 장비의 도입이 보안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고, 이후 화웨이 통신장비에 도청 혹은 정보 수집이 가능한 중국 정부의 해킹 프로그램, 소위 ‘백도어(backdoor)’를 숨겨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논란은 상당한 파급력을 가지고 지속되었습니다. 2015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대정보 전략 정보 문서’에서 미국과 영국이 화웨이의 정보통신망 침투를 위협적으로 평가했으며, 2016년에는 미국에서 판매된 화웨이 등 일부 중국 스마트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2018년 1월 미국 AT&T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계획을 취소하였고, 2월에는 FBI, CIA, NSA 등 미국 정보기관이 한목소리로 중국 화웨이,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였습니다. 2018년 8월에는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정부 조달에서 배제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제재를 담은 ‘2019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 NDAA)’이 미 상원을 통과하고 급기야 12월에는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부회장을 적성국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2019년 1월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 기업을 확고히 방어할 것”이고, 미국에게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the unreasonable crackdown)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발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UC 버클리대학은 화웨이와의 공동연구 금지 및 모든 형태의 금전적 지원 거부를 표명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도 화웨이가 제공하는 연구비 및 장학금을 거부하는 등 갈등은 공공과 민간 전반에서 충돌하는 모습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올해 3월 6일에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 제889조(미국 정부가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이들 기업의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사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에 대하여 화웨이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취약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미국은 자국과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전통적인 우방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도입 금지를 요청하였고, 주요 동맹국은 이에 호응하여 연이어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퇴출을 선언하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2015년 화웨이에 강도 높은 보안검증을 요구하였고 2018년 초에는 정보기관 MI6 알렉스 영거 국장이 중국산 통신장비의 보안취약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화웨이가 영국 5G 통신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호주는 국유통신사 장비입찰 공급에서 화웨이를 제외하였는데 2012년에는 화웨이의 광대역 통신망 설비 제공을 금지하고, 2018년에는 5G 장비입찰에 화웨이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요국의 화웨이 포비아는 정보보안의 관점에서 일견 합리적인 조치로 받아 들여 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보안취약성 문제에 대해 명확하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아울러 화웨이가 스페인의 정보보안 평가기관인 E&E(Epoche and Espri)에서 ‘CC(Common Criteria)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사 통신장비가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소명하면서 동맹국의 입장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영국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는 화웨이의 보안위협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장비 배제 계획이 없음을 확인하였고, 뉴질랜드도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직접 화웨이 5G 장비를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도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구축을 금지했다는 보도를 적극 부인하는 등 화웨이 통신장비와의 동행 가능성을 적극 시사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특정 장비업체를 직접 배제하는 것은 계획에 없고 법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며 화웨이 장비에 대한 배제를 사실상 철회했고, 또한 일찍이 화웨이 장비 배제 입장을 내놓았던 일본 역시 그러한 제한은 정부기관과 공공부문에 대한 기준이며 5G 네트워크 구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발 빼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동맹국들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화웨이를 배제한 채 자체 기술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기술적 환경에 더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탄력적으로 보호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작용한 결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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