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타도” 외치는 자유조선의 행보, 나비효과 불러올까?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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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정권과 소위 백두혈통 일가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하는 단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김정은 타도’를 주장하며 북한 당국을 비판하는 자유조선의 행보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조선의 배후에 미 FBI가 있다는 언급도 있고, 해당 단체가 명백한 반(反) 김정은 노선을 천명한데 대해 북한 당국도 예의주시하겠다고 첫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자유조선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이번 사건이 고질적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그리고 장기적으로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런 움직임이 남북한 정부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한반도문제연구회)

A. 자유조선은 북한 내부의 단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조선의 행보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탈북인사들의 조직이며, 국내에 기반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유조선 조직원들이 자신들과 관계가 있는 북한 내부의 인사들과 연락 체계는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민주화 운동단체도 북한 내부와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고요.

따지고 보면 자유조선의 출현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내거주 탈북민은 이미 3만 명을 넘었고, 상당수는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민은 북한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정권의 탄압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탈북민의 반 북한체제 활동은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자유조선은 지난달 20일 한 남성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벽에서 떼어내 바닥에 내팽개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자유조선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자유조선은 지난달 20일 한 남성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벽에서 떼어내 바닥에 내팽개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자유조선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자유조선은 김정은 정권의 타도는 물론 자신들이 대안세력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유조선은 암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일가의 피신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에 관여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가상 북한 비자까지 발급하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의 사정상 국내에서는 어려운 일들입니다.

자유조선이 견고한 체계를 갖추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조직으로 보기는 이릅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사건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지만, 해외에서 자유조선의 추가적인 활동에는 제약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수사에 나섰고, 국제사회에 관련자의 인도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반북 활동이나 탈북민 구호를 위해서는 북한 접경지역에서의 활동이 중요하지만 이번 일로 중국과 러시아 당국의 감시망이 강화될 것입니다. FBI 등 미 정보당국이 배후라기보다는 자유조선에서 먼저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타국 대사관 침입사건에 미 정보당국이 개입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조선은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는 나비효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집권 8년을 경과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의 안정성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젊은 지도자라는 일각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군부의 최고 실력자 이영호 전 총참모장과 실세 고모부 장성택 전 행정부장을 숙청하는 등 권력기반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선포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공격한 자유조선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자유조선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 탈북민 북송 중단, 개혁 개방 등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면 수치를 경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공격한 자유조선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자유조선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 탈북민 북송 중단, 개혁 개방 등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면 수치를 경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력한 대북제재를 자초함으로써 북한의 수출은 90% 이상이 중단된 상태이며, 석유수입도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채택했지만 자력갱생이라는 해묵은 구호가 난무하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 경제적 자유가 확대되었지만 정치적 통제는 심화되었으며, 정치범 수용소를 비롯해 인권상황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김정남 암살과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인식은 악화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대북 협상 회의론이 번지는 배경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정치적 권위도 취약합니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기대를 거는 것은 독재체제를 용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비핵화를 견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보유를 고집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거부할 경우 북한의 미래는 어두울 뿐입니다. 모든 독재체제는 영원하지 않으며, 모순이 누적된 상태에서 사소한 촉발요인으로 무너졌습니다. 소련 동유럽이 그랬고, 중동의 재스민 혁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유조선의 등장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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