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신범철 “북미대화 운명은 北 검증 수용 의지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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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구 학생이 이야기 해 준 것 처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됨으로 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임기말로 갈수록 국정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협상은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당사자간의 끊임없는 힘겨루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인데,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말 레임덕 현상에 빠지게 되면 협상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었고 트럼프 행정부 1기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비핵화 협상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제재를 활용하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 내려는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제재를 해제해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민주당도 동의를 하고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을 발목잡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국익에 불리한 거래를 하려들 경우에는 견제를 하려 들 것이고, 민주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는 2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재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1기 행정부 2년을 남겨둔 것과 2기 행정부 2년을 남겨둔 것에 차이가 있습니다. 1기 행정부 2년이 남은 상황에서 재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경우 레임덕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2기 당선을 위해 정부여당에서 힘을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하원을 잃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를 한 지역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동시에 공화당이 승리한 상원의원 선거에서 기존에 민주당 상원의원 지역 중에 플로리다나 인디애나와 같은 스윙 스테이트 (어느 한 정당만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성과를 보아가면서 민주, 공화당을 바꿔가며 선거하는 주,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이겨야 하는 주)를 거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희소식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부 언론은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향후 2년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기 후반의 레임덕 현상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핵화 문제는 북한이 과연 깊이 있는 검증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미국 시간으로 11월 8일 예정되었던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일정 변경 요구로 취소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검증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검증을 수용할 경우, 그간 북한이 주장해오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 4개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유연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관계 개선 차원에서는 연락사무소, 평화체제 관련해서는 종전선언,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검증과 제재 해제 문제 등을 포괄적으 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검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주장해온 것들을 다 논의하겠다는 데 오지 않은 것은 그 전제가 되는 미국의 요구사항, 즉 영변 핵시설 등의 철저한 검증을 수용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과거 6자회담도 검증을 둘러싼 문제로 인해 이견을 보이다 결국 성과 없이 오늘에 이르렀는데,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도 검증의 벽에 부딪힌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명해야 합니다. 우리도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이므로 북한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수용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대신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이나 단계적 제재 해제를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서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철저한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비핵화가 아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 검증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길 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이 검증을 수용할 경우에 대비해서 제재를 어떻게 면제, 해제해 줄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검증 문제는 우리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검증 없이 제재를 해제하자고 한다면 이는 한미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대화의 촉진자로서 북한에게는 검증과 같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 수용을,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검증 수용 시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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