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톡톡]“유튜브 찾으면 10대, 포털 검색하면 3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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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들의 천국

《유튜브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어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10대, ‘네이버’, ‘다음’에 물으면 30대 이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지만 가짜 정보, 자극적인 영상의 유통창구라는 양극단의 평가가 있습니다. 유튜브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미국에 사는 만 82세 게임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1990년대 중반, 아들이 컴퓨터를 선물하며 게임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이젠 아들이 ‘밥도 먹으면서 해’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게임 캐릭터로 모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호기심으로 채널을 개설했는데 어느새 구독자가 30만 명이 됐습니다. 고령에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게임하기엔 너무 늙지 않았어?’와 같은 반응은 무시하세요. ‘내가 즐거운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셜리 커리 씨(82·유튜브 채널 ‘Sherley Curry’ 운영)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막내아들이 ‘엄마가 만든 요리가 맛있으니 요리법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보자’고 했어요. 따라하기 쉽게 기본양념만 하고 설탕 대신 꿀이나 생강청을 씁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잠도 줄여가며 댓글마다 답글을 남기고 있어요. 제 영상을 보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건강할 적 요리하던 모습’이 떠올라 하염없이 울었다는 분도 있었어요. 저도 울컥했답니다. 올해 7월에는 구글코리아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시청자와 소통하며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집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성자 씨(62·채널 ‘심방골주부’ 운영)

“자신만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상을 만들어 올렸어요. 현재 구독자가 90만 명을 넘었지만 수백 명에 불과하던 시기도 있었죠. 마침 게임 ‘오버워치’가 유행해 차별화된 게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얼음을 사용하는 캐릭터 ‘메이’가 빙벽으로 상대방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메이코패스’라는 콘셉트를 잡아 누가 봐도 ‘김재원다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나영석 PD의 예능을 보며 편집을 공부하고 게임제작 시나리오도 써봤답니다.” ―김재원 씨(20·채널 ‘김재원의 즐거운게임 세상’ 운영)

“고3 남학생이자 뷰티 크리에이터입니다. ‘체육대회 메이크업’ 등 뷰티 영상과 제 일상을 찍어 올리고 있어요. 꾸준히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었네요. 차분한 말투와 친절한 설명이 좋다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늘 감사할 뿐입니다. 메이크업하는 모습과 인터뷰가 영국 BBC에 방송되어 정말 기뻤어요.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보단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대학에선 미디어 유통 산업을 공부하려고 해요. 다양한 콘텐츠에도 도전하며 ‘맨즈 뷰티’를 넘어 최고의 뷰티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김승환 군(17·채널 ‘화니·HWAN‘E’ 운영)


○ 검색도 유튜브?

“유튜브로 검색하는 게 더 편해요. 혼자 앞머리를 자르고 싶었는데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는 글이나 사진밖에 없어서 따라하기 어려웠어요. 유튜브는 영상이니까 보이는 대로 따라하면 돼요. 방탄소년단 멤버 정보도 유튜브를 통해 찾았어요. 이름, 나이뿐 아니라 멤버별 목소리와 노래 파트도 소개해줘요.” ―이주아 양(14·중학교 2학년)

“검색 엔진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20년 전에 봤던 영화를 찾으려는데 ‘쥐덫으로 쥐를 잡는 장면’만 기억이 났어요. 네이버에 검색하니 영화 ‘라따뚜이’만 나왔죠. 유튜브에 ‘쥐, 쥐덫, 치즈, 공장’을 치니 제가 찾던 1998년 영화 ‘마우스 헌트’가 나왔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리뷰 등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시청기록을 분석해 제 취향에 맞는 영상까지 추천해준답니다.” ―정석영 씨(31·영화이론 석사과정)

“아이들이 유튜브를 메신저로도 사용하더라고요. 댓글로 안부를 묻고 반 전체가 특정 영상에 댓글을 달아 단합하기도 하죠.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크리에이터가 돼 자신을 드러내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죠. 이용시간이 늘어난 만큼 아이들이 선정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요.” ―김대화 씨(33·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 가짜뉴스의 통로

“황의조 선수가 인맥으로 아시아경기 축구 국가대표에 뽑혔다는 영상이 한창 유튜브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황의조가 동료 선수들의 군면제를 시켜주는 ‘축방부장관(축구+국방부 장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요. 가짜뉴스를 보고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을 욕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외치고 있어요.” ―이대균 씨(49·회사원)

“유튜브 정보를 무작정 믿어선 안 돼요. 공인된 기관이 발행한 정보가 아니라서 사실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정보, 헛소문을 자신만이 아는 고급 정보라고 착각해요. ‘박근혜-정유라 모녀설’, ‘문재인 건강이상설’ 등 광고까지 붙은 가짜뉴스가 넘쳐납니다.” ―박주화 씨(24·대학원생)

“가짜뉴스는 일반 기사와 달리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수용자는 스스로 ‘팩트체킹’을 하며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야 합니다. 미디어를 독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해졌어요. 게시물을 삭제하고 규제하는 것은 임시처방일 뿐입니다. 규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요. 미디어 환경은 계속 발전하고 확대될 것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민주 사회에서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에요.”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튜브는 허위 정보 유포자의 관점에서 효과가 가장 큰 채널입니다. 광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가짜뉴스가 추천될 가능성도 높죠. 그러나 정치 및 공공영역에서 허위사실의 적시와 유포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강제성을 띠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 논쟁이 생길 수도 있죠. 법과 제도 규제보다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탐지와 언론사의 팩트체킹, 이용자의 신고 등을 통한 사회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에 ‘유튜브’가 없는 이유

“한국과 미국은 인재풀부터 차이 나요. 한국에서 좋은 인재들은 창업보다는 전문직종을 찾거나 대기업에 들어가죠.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만으로 경쟁하기도 힘듭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창업지원 정책을 추진해 창업 환경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는 없죠.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기획서 작성 등 행정에 한 달 이상은 할애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대로 평가해야 하니 꼼꼼한 문서를 요구하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서 작업을 병행하기 힘들고요.” ―윤영복 광고 차단 모바일 브라우저 ‘블루 브라우저’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 ‘블루핵’ 대표

“미디어 플랫폼이 잘 관리된 정원이라면 유튜브는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야생입니다. 온갖 잡초와 들풀이 우거진 사이에서 꽃을 발견할 수 있죠.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정보에서 엔터테인먼트 추구로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공룡과 무작정 경쟁하기보다는 왜 ‘유튜브 서비스’가 성공했는지 소비자를 분석해야 합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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