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명계좌 348개에 1000억 비자금 차명주주회사도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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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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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배임혐의

김 회장 주머니에 손넣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의 소환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77일 만이다. 김 회장이 검찰 청사에 도착한 뒤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여유 있는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회장 주머니에 손넣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의 소환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77일 만이다. 김 회장이 검찰 청사에 도착한 뒤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여유 있는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화그룹이 348개의 차명계좌와 현금, 채권 등으로 1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한 것은 물론 그룹 전직 임원 등의 명의로 설립된 차명주주 회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에 1조10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드러났다고 검찰이 1일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검사)은 이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과 배임행위 등에 직접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또 검찰은 이날 전 한화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동옥 여천NCC 대표(62)에 대해 1조1048억 원의 업무상 배임, 1939억 원의 업무상 횡령, 3200억 원의 사기적 부정거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대표는 2002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차명계좌와 차명주주 회사 금고 12개에 보관한 현금, 채권 등으로 60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 보유하다가 오너 일가 등에게 넘긴 600여억 원 상당의 계열사 주식까지 합치면 한화그룹의 전체 비자금 규모는 1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홍 대표는 부평판지, 한유통, 웰롭 등 3곳의 차명주주 회사 채무 4000억 원에 대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서도록 해 9009억 원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1조1048억 원의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문제가 된 차명주주 회사들의 실제 오너가 김승연 회장 일가이며, 홍 대표의 이 같은 행위가 그룹 총수인 김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차명주주 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은) 과거 계열사를 구조조정하는 차원에서 순수한 경영적 판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위법성 여부는 법원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초 검찰은 차명계좌 관련 비자금 의혹 수사로 시작했으나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의 위법을 이유로 (홍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홍 대표의 배임규모도 연쇄보증을 선 부분이 중복 계상된 것으로 실제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입은 손해는 3000억 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와 홍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김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검찰에 출석한 김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검찰에) 들어가서 (내용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또 ‘재벌 총수로서 자주 검찰에 출석하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내 팔자가 센 거 아닙니까”라고 답한 뒤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김 회장은 9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이날 밤 늦게 돌아갔으며, 검찰은 김 회장을 한두 차례 더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1993년 10월 외화밀반출 사건,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2004년 8월 대선자금 수사 때에 이어 네 번째다. 2007년 4월 보복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것까지 합치면 수사기관에 다섯 번째로 조사를 받는 셈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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