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기자의 눈]‘희망의 끈’ 놓을 수 없건만… 그 결단 앞에 숙연

동아일보 입력 2010-04-05 03:00수정 2010-04-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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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는데…우리 가족들만 살리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에 이어 2일 오후 10시 반경 역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쌍끌이 어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머물고 있던 한 실종자 가족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에서 가족을 잃는 슬픔은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들이 겪었던 아픔이 구조대원과 어선 선원 가족들에게 번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괴로워했다.

실종됐던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3일 처음으로 발견되자 가족들은 인명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인양으로 전환할 것을 군에 요청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실종자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가족들이 스스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넋을 잃고 울다가 실신하면서도 “내 새끼는 추위에 떨고 있는데…”라며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던 어머니들이 내린 결정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위험한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인양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에게 누구도 그런 얘기를 차마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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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는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조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백령도에서 구조현장을 직접 보고 돌아온 가족들의 얘기를 전해들은 후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대원의 최대 잠수시간은 25분. 설령 생존자가 있어도 산소통 두 개를 메고 수심 40m 아래로 내려가 폭 70cm 정도의 어두운 함정 통로에서 사람을 구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을 보고 온 가족들의 설명이었다.

3일 실종자 수색 중단 결정을 기자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이라는 말을 하며 그는 한참을 울었다. 기자도 코끝이 찡해졌다.

4일 새벽에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아까 같이 슬퍼해 줘서 고마워요. 많이 의지가 됐어요.” 이제 우리 모두가 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눌 차례다.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와 함께 인양작업을 서둘러 시신이라도 온전히 가족 품에 돌려줘야 한다. 그것만이 스스로 ‘사망 선고’를 내린 실종자 가족들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다.

최예나 사회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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