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의 아름다움을 잃었다… ‘켜의 예술’ 케이크의 붕괴[이용재의 식사의 窓]
음식평론가 16년 차, 멸칭 세 개를 얻었다. ‘단발머리’와 ‘품격 아재’ ‘켜 아재’다. 앞의 둘은 각각 헤어스타일과 ‘외식·한식·냉면의 품격’ 같은 비평서들을 낸 데서, ‘켜 아재’는 맛의 켜(layer)를 강조한다고 해서 붙었다. 물론 맛의 켜는 내가 고안해낸 개념이 아니다. 서양 요리에서는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요리의 본령이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맛의 켜가 있다. 모든 음식의 조리는 맛의 켜를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소금, 간장, 된장, 발효조미료 등의 맛내기 요소를 끓이고 굽고 볶고 지지는 등의 조리법과 함께 쓴다. 이 과정에서 물리·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식재료는 원래 상태보다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과 경험의 표정을 낸다. 이 표정이 바로 시간축 위에서 펼쳐지는 맛의 켜다. 눈에 보이는 맛의 켜도 있으니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켜를 이룬 케이크(Layered Cake)’라는 표현이 줄어 ‘케이크’가 됐을 정도로 켜는 케이크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달걀과 설탕,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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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