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광영]정의는 보여져야 한다
12·3 계엄 날 밤 국회 본회의장은 의장에게 계엄 해제 표결을 재촉하는 의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뭐해요? 그냥 처리합시다!” “거수나 기립으로 하면 되잖아요!” “계엄군이 본회의장 앞까지 왔다고요!” 당시 무장 군인들을 보좌진과 직원들이 막고 있었지만 본회의장으로 들이닥치는 건 시간문제였다. 초유의 상황인 만큼 어떻게든 통과부터 시키자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안건 상정조차 안 된 상태였다. 우원식 의장은 의원들에게 말했다. “본회의 그 프로세스대로 하십시다.” 절차의 힘으로 계엄 제압했는데… 그러자면 의석 단말기, 투표기 등 모든 시스템이 정상 작동돼야 했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많은 직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오거나 계엄군과 대치 중이었다. 고작 몇 명이 익숙지 않은 일을 동시에 떠맡아야 했다. 내부 전산망도 막혀 있었다. 계엄 해제 의결안을 의원들이 볼 수 있게 띄우려면 국회 본청 몇 층 아래 사무처에서 USB에 파일을 담아와 수동으로 연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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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