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가락의 울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45〉

물안개 자욱한 차가운 강, 달빛 뒤덮인 백사장. 한밤 진회 강변에 배를 대니 주막이 가까이에 있구나. 가기(歌妓)는 망국의 한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듯, 강 건너편에서 여전히 ‘후정화’를 부르고 있네. (煙籠寒水月籠沙, 夜泊秦淮近酒家. 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 ―‘진회강에 배를 대다(박진회·泊秦淮)’ 두목(杜牧·803∼852) 시는 한 시대의 흥망과 인간의 각성을 압축하고 있다. 물안개와 달빛이 어우러진 한밤의 진회강, 그 아래로는 은근히 왕조의 쇠락이 흐른다. 시인이 강변에 정박하자 문득 강 건너에서 기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후정화’, 남조 진(陳)의 마지막 황제 진후주(陳后主)가 지었다는 가요다. 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린 노래다. 수나라에 멸망되기 직전까지도 진후주가 향락에 탐닉했기에 이 노래에는 줄곧 ‘망국의 노래’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노래에 서린 역사의 비극을 기녀가 알기나 했을까. 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심코 목청을 돋우었다고 해도 노래를 즐기는 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