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0〉

없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기다린 남자가제게도 있었답니다데이트 끝내고 집에 바래다주면집으로 들어간 척 옷 갈아입고다른 남자 만나러 간 일이 제게도있었답니다죽어 버리겠다고 한 남자도물론 죽여 버리고 싶은 남자도믿기지 않겠지만―김경미(1959∼ )푸를 청(靑), 봄 춘(春). 새싹이 돋아나는 한때를 자기 시절로 삼는 사람들은 청춘을 모른다. 당연하지 않은가. 청춘은 지나고 난 뒤,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 아, 그때 내가 청춘이었구나! 힘이 빠졌을 때에야 천하장사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화자는 고백한다. “없었을 거라 짐작하겠지만”, 이쪽의 판단을 미리 판단하며 농담과 자조를 섞어 말한다. 푸릇푸릇한 청춘이 자신에게도 있었노라고. “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기다린 남자”가, 데이트가 끝나고 또 다른 상대를 만나러 가던 시간이, 나로 인해 죽겠다는 남자와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남자가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장난처럼 털어놓은 고백의 끝에는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