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기담∼ 그것이 돌아왔다 [맛있는 중고이야기]
유독 이번 여름엔 새벽에 폭우가 잦았습니다. 그날도, 인정사정없이 쏟아지는 빗소리에 눈을 떴을 겁니다. 공기는 서늘했지만 얼굴에 끈끈하게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어요. 침대 끝에 어슴푸레,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어요. 옆에 놓인 검은 의자에 낯선 어르신이 있었고요. 노인은 잔뜩 화가 났더군요. 두 노인이 모두 눈을 감고 있어서 이상하긴 했어요. “가구들을 잃어버려서 찾으러 다니다 여기서 내 의자를 찾았지. 내 의자에 고양이가 앉아있네. 이 털들!” 엄마는 말했어요. “애초에 남이 쓰던 의자를 들이지 말라고 했건만, 쯧.” 곧 어르신은 의자 속으로 빠져들며 버둥거리는 팔로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어요. 손가락의 뼈가 솟아오르고 검버섯이 금니처럼 빛났어요. 그의 두텁고 긴 손톱이 가죽을 찢을 듯한 찰라. “어르신, 그 의자 정품 ‘임스’예요. 손잡이를 그렇게 세게 쥐면 안됩니다! 이 의자 제가 당근에서 샀고요. 중고거래 특성상 교환 환불은 안돼요.”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어요. 모든 공기의 진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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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