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선율, 음악을 기억에 새기다[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특유의 ‘반복’이 귀에 들어온다. 한 악절이 끝났나 싶으면 비슷한 멜로디가 다시 나타나고, 어떤 멜로디는 곡 전체를 관통하며 집요하게 돌아온다. 오페라에서는 같은 가사가 거의 같은 음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했던 이야기를 왜 또 하지?” 하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또’가 바로 음악의 핵심이다. 단순히 길이를 늘이려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소리를 붙잡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시간’을 재료로 만든 예술이다. 회화나 조각은 공간 안에 고정되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지만, 음악은 무대 위에서 한 번 연주되면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작과 동시에 사라지는 운명, 그것이 음악이다. 그렇기에 작곡가는 중요한 대목을 한 번만 말하지 않는다. 흘러가 버리면 붙잡을 수 없으니, 청중의 기억 속에 남기기 위해 되새기듯 반복하는 것이다. 음반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던 시대에는 이 점이 훨씬 절실했다.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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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