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이사’하는 것이라면… 사회의 格은 이사하는 방식에 달렸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올여름 극장가에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옛 영화가 세 편이나 상영되었다. ‘태풍클럽’(1985년), ‘여름정원’(1994년), 그리고 ‘이사’(1993년). 세 편 모두 청소년기의 체험을 다룬 필견의 걸작들이지만, 초점은 조금씩 다르다. ‘태풍클럽’은 광기의 체험을, ‘여름정원’은 죽음의 체험을, ‘이사’는 분열의 체험을 다룬다. 광기나 죽음, 분열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지만, 그것을 처음으로 분명히 인지하게 되는 것은 대개 청소년기다.》‘이사’가 분열을 다뤘다는 사실은 ‘두 개의 집’이라는 히코 다나카의 원작소설 제목에 분명히 드러난다. 초등학교 6학년 소녀 렌은 어느 날 부모의 별거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 아빠는 한때 “친구여, 새벽녘 어스름 속에서” 같은 운동가요를 불렀던 전공투 세대다. 세월은 흐른다. 결혼으로 직장을 떠나 내조하던 엄마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집안 경제에도 공헌하지 못하는 주제에….” 별거의 이유가 어디 이것뿐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