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보미]품위 있는 축하와 도약 위한 반성… 테니스 패자가 코트에 남는 이유

스포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아무리 잘 싸워도 패자는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가 많다. 그런데 테니스는 결승전 패자가 시상식 이후에도 코트에 남는다. 그러고는 승자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다른 종목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간절히 원했던 트로피를 빼앗긴 직후지만 선수들은 승자가 얼마나 훌륭한 경기를 펼쳤는지, 자신에게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얘기한다. 꽤 많은 선수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축하와 반성이 담긴 연설을 한다. 메이저대회 우승만 24번 한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는 “피가 아직도 뜨거운 순간에 해야 하는 일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면서 좋은 얘기를 하는 게 늘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는 메이저대회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잇따라 준우승에 그친 뒤 상대에 대한 축하로 시작하는 연설의 관례를 깼다. 그는 “끔찍한 경기를 해 솔직히 너무 힘들다. 코치들을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