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36억86세다”[서광원의 자연과 삶]〈111〉

알고 나면 다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강이나 바닷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모래가 대표적이다. 작은 모래알들은 엄청난 시간의 산물이다. 해수욕장의 부드러운 모래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무려 200만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길어야 30만 년의 역사를 지닌 호모 사피엔스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호모 에렉투스까지 올라가야 시간의 격이 맞을 정도다. 모래알은 암석에서부터 출발한다. 암석이 낮밤의 온도 차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등 많은 시간을 거치면 구성 요소인 광물의 결합이 느슨해져 잘게 부서진다. 이런 알갱이들이 강을 따라 흘러 바다로 가고,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이면 다시 암석인 퇴적암이 된다. 그런 후 다시 모래알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주기가 200만 년쯤 된다. 작은 모래알에 담긴 이러한 오랜 내력에 비하면 제주도 동쪽 바다에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의 역사는 그야말로 일천하다. 겨우(?) 5000여 년 전, 단군이 한반도 꼭대기 어디쯤 나라를 세울 때 비교적 얕은 수심에 있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