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휴식이 아니다[내가 만난 명문장/김상혁]
“시 읽는 사람을 공원 벤치가 쉬게 할 수 있을까/단 1분이라도”―김복희 ‘가변 크기’ 중시집 ‘보조 영혼’의 첫 작품에서 고른 문장인데 아리송하면서도 매력적이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뉘앙스로 느껴지는 바 시집을 읽는 사람에게 벤치란 ‘단 1분’의 휴식도 제공하지 못한다. 풍광 좋은 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시집을 펼쳐 보는 일은 누구나 떠올릴 법한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장면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 문장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일까. 시가 휴식이 아닌 까닭은 세 가지다. 우선 좋은 시는 당연하게도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지혜롭고 옳은 말이 필요한 사람은 설교를 듣거나 잠언집을 살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시는 이러저러하게 사는 게 옳다고 점잖게 말하는 대신에 독자를 향해 차갑게 냉소하거나 눈물로 호소한다. 그래도 안 되면 문득 ‘너 그렇게 살지 마’라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시는 그렇게 우리 마음을 할퀴며 상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 좋은 시는 독자의 ‘생각’을 널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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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