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작가 윤석남[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불이 켜지며 작가가 등장한다. 스케치북을 꺼내 드로잉을 하고 무채색 풍경에 분홍 색연필로 달을 채운다. 달은 여성을 상징하지만, 그 달을 채운 색깔은 통상 우리가 귀엽고 부드러운 여성을 떠올리는 핑크색이 아니다. 불안한 회색 속에서 피어나는 핑크빛. 나는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듯한 핑크색 달에 끌렸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첫째 날인 1일 ‘코리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핑크문 Pink Moon’의 첫 상영을 봤다. 올해 여든여섯이 된 미술작가 윤석남의 삶과 예술을 그의 조카 윤한석 감독이 따스한 시선으로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나는 헤어졌던 옛 친구와 재회한 것처럼 반가웠다. 영화는 언니, 주부, 예술가, 동지, 친구, 페미니스트, 엄마 등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진 윤석남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1979년 4월, 마흔의 가정주부였던 윤석남은 생활비를 털어 화구를 구입해 그림을 시작했다.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의기투합한 친구들과 작업을 이어갔고, 1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