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뒤엔 반동, 또 반동… 역사의 격랑에서 필요한 것은 몰입과 조망[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쯤이면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 있을까. 그 결과가 사태의 끝이 아니라 더 어려운 사태의 시작이면 어쩌나.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엇인가의 광신자가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군가 크리스 마커의 영화 ‘붉은 대기’를 권했다. 바로 지금 시네마테크에서 상영 중이라고.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볼 만한 영화라고. 특히 1980년대를 거쳐 아직도 이 지구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이 볼 만한 영화라고.》평생 비타협적 시각을 견지했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크리스 마커. 그는 자신의 사생활을 숨기기로 유명했다. 단순히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자신에 대한 가짜 정보를 흘려 진짜 모습을 공들여 숨기기조차 했다. 영화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평생 단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결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마커의 관심사는 세계이지 자기가 아니다. 19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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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