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4번가의 연인’(1987년)에서 미국 뉴욕에 사는 작가 헬렌은 책을 유달리 좋아해 영국 런던에 있는 서점에까지 책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헬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조선시대 한양에 살던 중인 신분의 조수삼(1762∼1849) 역시 책을 특별히 좋아했다.시인은 자신에게 한 대의 수레, 두 고랑 밭, 세 잔 술, 네 다리 바둑판, 오색 빛깔 붓, 여섯 줄 거문고, 일곱 자 검, 여덟 첩 병풍, 아홉 송이 영지, 열 폭 이불, 백번 갈고닦은 거울, 천년 된 소나무, 그리고 만권의 책이 있다고 했다. 이 연작시들은 숫자로 나열되어 질서정연하고 명확해 보이지만, 시인 자신의 결핍과 과거에 대한 회한들이 뒤섞여 현실과 가공의 경계가 모호하다.각본가로도 유명한 찰리 코프먼 감독의 ‘시네도키, 뉴욕’(2008년)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인 극작가 케이든은 아내의 별거 통보, 어린 딸과의 이별,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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