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호경]공사비가 쏘아 올린 ‘재건축 로또’ 시대의 종말
벌써 20년 전 얘기다. 대학생 시절 서울 외곽 5층짜리 아파트에서 2년간 자취를 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구축이라 대학가 인근 원룸보다 세 부담이 낮았다. 그 무렵부터 재건축이 머지않았다는 말이 돌았다. 몇 년 뒤 신혼집을 알아보려 다시 찾은 동네에선 재건축 소식이 꽤 구체화된 상태였다. 용적률이 낮은 역세권 단지고 집값이 2억 원대로 초기 투자비가 적다는 장점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안전진단, 조합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들 몇 년 뒤면 번듯한 신축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2021년 여름 8억 원을 찍었다. 얼마 전 접한 소식은 장밋빛 미래와는 딴판이었다. 아직 삽조차 뜨지 못했다. 조합은 2년 전 시공사를 선정했다가 공사비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고 이 때문에 소송에 휘말린 상태였다. 집값은 4억 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는데 예상 분담금은 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시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약속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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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