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는 건[이은화의 미술시간]〈357〉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네모난 거울을 손에 들고 있다. 큰 눈에 하얀 피부, 곱슬곱슬한 금발을 가진 소녀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의 각도가 맞지 않다. 화가의 실수일까? 의도일까? 만약 후자라면 그 이유가 뭘까?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은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화가였다. 여성은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도, 화가가 되는 것도 힘들던 시대를 살았지만 뛰어난 재능 덕에 젊은 나이에 화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가로 활약하며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귀족과 왕족의 후원을 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이 종종 폄하되기도 했다. 1787년 32세의 르브룅은 프랑스 왕립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파리 살롱전에 그림 석 점을 출품했다. ‘거울 보는 쥘리’(1787년·사진)를 포함해 모두 딸 쥘리를 그린 초상화였다. 르브룅은 딸을 모델로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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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