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린 게 불운이 아니라 암에 안 걸리고 살아온 하루하루가 기적”[월요 초대석]
《암 환자들을 만나는 종양내과 의사는 초면에 임종을 얘기해야 할 때가 적지 않은 직업이다. 주로 암 수술 후 재발했거나 암이 너무 늦게 발견된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위해 종양내과로 찾아온다. 저승길에서 유턴해 온 이들도 있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48)는 “의사와 장의사 사이에 낀 저승사자로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한다. 김 교수의 환자들 중에는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생명을 연장하고 증상과 통증을 완화하는 게 치료의 목적이다. 4일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암 환자들이 남은 삶을 편안히 살아가도록 시간을 버는 게 제 일”이라고 했다.》김 교수는 병동에서 환자들의 어린 자녀를 볼 때면 한결 더 마음이 쓰인다. 그 역시 16세 때 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었다. 당시 아버지는 지금 김 교수 나이인 40대 후반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낸 김 교수는 암을 증오하면서도 정복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그를 종양내과 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