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의 무게[이은화의 미술시간]〈356〉
젊은 멕시코 여성이 꽃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등에 메고 있다. 머리는 양 갈래로 단정히 묶었고, 두 손으로 어깨에 멘 바구니 끈을 단단히 잡았다. 단호한 자세와 표정이지만 입술이 갈라져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이 인상적인 그림은 알프레도 라모스 마르티네스가 그린 ‘칼라릴리 상인’(1929년·사진)이다. 멕시코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르티네스는 멕시코 민중의 삶과 문화를 담은 그림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꽃 파는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일이 흔했다. 특히 백합을 닮은 하얀 칼라릴리는 문화적, 상징적 의미가 커 수요가 많았다. 아름다움, 순수, 부활의 상징으로 종교 행사, 결혼식, 장례식 등 다양한 의식에 사용됐을 뿐 아니라 원주민 공동체에서는 신성한 꽃으로 여겨졌다. 수요가 크다 보니 여성 농민들에게는 가계 경제를 돕는 중요한 소득원이었다. 그림 속 여자의 어깨에 그녀 가족의 생계가 달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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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