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주는 교훈[임용한의 전쟁사]〈350〉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는 실화일까? 자명고라는 신비한 물건은 없더라도 적국의 왕자나 장수와 사랑에 빠져 성문을 열어주거나, 경보 장치를 해제했던 실제 사건에 기반해서 이 전설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즐긴다. 사실이라 믿고 증거를 애타게 찾는 사람도 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전설 중 하나가 아서왕의 전설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서의 무덤을 발굴해서 그가 고대 켈트족 지도자였고, 마법사 멀린은 그의 샤먼이며, 검(劍) 엑스칼리버는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새 강철 제조법으로 제작한 신형 검이었음을 알아낸다 해도 역사에 공헌하는 바는 기대 이하일 수 있다. 그의 왕국은 전설보다는 훨씬 작을 것이고, 그 시대의 고민과 국가 성립 과정은 역사가들에 의해 이미 밝혀져 있다. 물론 역사가 문학이 되는 과정 등 수많은 분야에서 엄청난 감흥과 영감을 주긴 하겠지만 말이다. 반대로 픽션이 분명한 내용임에도 교훈이 되는 내용이 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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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