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힌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3〉
못 박힌 사람은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네가 못 박았지네가 못 박았다고재의 수요일 지나고아름다운 라일락, 산수유, 라벤더 꽃 핀 봄날아침에 떴던 해가 저녁에 지는 것을 바라보면못 박힌 사람이 못 박은 사람이고못 박은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이고못 자국마다 어느 가슴에든 찬란한 꽃이 피어나고 있는데못 박힌 사람이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듯이못 박은 사람도 못 박힌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하략)―김승희(1952∼ )보드라운 아이를 품에 안고 너무 행복해서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되뇌었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행복은 꿈과 같다. 잡아두고 싶어도 금세 달아나 버린다. 나쁜 기억은 반대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해도 잊히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나쁜 말은 수십 년이 지나도 어제인 듯 생생하다. 그 사람은 이미 잊었을 텐데 나만 기억하는 불평등이 퍽 분하다. 사람에게 고통의 기억은 참 질기다. 그래서 새해의 다짐으로 이 시를 골랐다. 못 박힌 사람은 못 박은 사람을 잊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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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