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완준]‘백골단’ 악몽이 누구에겐 추억이었나
“백골단 10∼20명이 다가와 쓰러져 있는 우리를 U자형으로 에워싼 채 방패와 진압봉 구둣발로 구타했다. 전경의 욕설과 학생들의 비명소리가 뒤범벅됐다. 머리카락을 잡혀 꼼짝없이 끌려가는 학생도 있었다.” 1991년 5월 25일. 경찰은 노태우 정권 퇴진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을 발사했다. 서울의 한 좁은 골목에 학생들이 뒤엉켜 쓰러졌다. 숨 쉬기조차 어려운 그때 백골단의 무차별 구타가 이어졌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한 학생이 엎드려 쓰러진 채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누군가 “여학생이 죽었다”라고 외쳤다. ▷동아일보는 그해 스물다섯의 성균관대 학생 김귀정의 죽음을 이렇게 전한다. 그 한 달 전 명지대 학생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 구타에 목숨을 잃었다. 1996년 연세대 학생 노수석은 백골단의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백골단은 하얀 헬멧에 청재킷 청바지를 입고 다리 보호대를 찼다. 몽둥이와 방패를 든 그들은 사과탄이라 부르는 최루탄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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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