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이 지켜야 하는 것들의 역사
중세 유럽의 ‘사치 금지법’은 인간의 욕망을 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관료들이 황금 레이스나 벨벳 장식 등의 착용을 금지하면 디자이너들은 이내 더욱 사치스러운 장식을 개발했다. 금지하는 속도가 유행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새로운 규칙은 끊임없이 발표됐다. 1294년 프랑스의 ‘사치 금지 조례’도 부르주아 계층이 흑담비 모피를 입는 것을 금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조례는 오히려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상류층을 흉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안내서처럼 쓰였다. 독일 막스 플랑크 과학사 연구소의 명예소장인 미국의 저명 과학사학자가 ‘규칙(rule)’의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측정 및 계산의 도구로서의 규칙(알고리즘), 따라야 할 모델로서의 규칙(패러다임), 사회 통제와 관련된 법률(법) 등 세 가지로 나눠 규칙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규칙’의 ‘규(規)’ 자에 그림쇠(컴퍼스)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규칙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단어 ‘카논(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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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