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원호]포스트 계엄 세대의 탄생
내 사무실은 캠퍼스 내 1980년대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아크로폴리스 광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사흘이 지난 금요일 저녁, 광장은 수십 년만에 처음 보는 인파의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의아했던 것은 수업이 다 끝난 상당히 늦은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라인을 설치하고 학생회에서 학생증 검사를 해서 입장하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든 세(勢)를 불리고 참여자들을 늘려야 할 정치집회에 ‘입장객’을 가려서 받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입장하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려 정작 본집회가 시작된 오후 9시가 되어서는 관악산에서 내려온 12월의 모진 눈비바람이 온통 학생들을 할퀴고 지나가는 것을 보자니 요령부득이라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 학생들이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한 것이고, 학생회칙에 의하면 재학생의 10%, 즉 1700명이 모여야 총회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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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