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우경임]1980년 ‘서울의 봄’과 2024년 ‘서울의 밤’
아이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온 날. 실화를 각색했다고 알려주며 ‘검문’ ‘금서’ 같은 기억 조각을 꺼내 5공화국 당시 사회적 상황을 들려줬다. “진짜야?” 돌아온 반응이었다. 2024년 한국에 사는 아이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이식된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태어났다. 세계인과 ‘K팝’ ‘K드라마’를 함께 듣고 보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는 문화적으로 융성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아이가 그런 나라에서 자유를 누리고 존엄을 지키며 산다는 건 뿌듯한 일이었다. 그런데 12월 3일부터 아이와 나는 45년의 세월을 거슬러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됐다.낡은 흑백 필름이 돌아갔지만 3일 밤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기까지 6시간은 ‘서울의 봄’을 다시 보는 듯했다. ‘서울의 봄’에 빗대 ‘서울의 밤’이라 불리는 이날, 총을 든 군인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서울의 봄’과 ‘서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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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