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한강, 문학과 역사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 작품은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그것은 대체로 역사와 문학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구별을 늘 유지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도 4·3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역사라면 제주 4·3이 공산주의자들의 경찰서 공격에 의해 촉발됐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거두(去頭)하고 군경(軍警)에 의한 학살로 단도직입한다. 군경은 셰익스피어 비극 속의 맥베스 부인처럼 밑도 끝도 없이 처음부터 사악한 존재로 제시된다. 군경이 제주에서 특히 사악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묻지 않는다. 물론 집단 학살이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사실이 존재한다. 학살이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는지 따지게 되면 역사가 될 뿐 문학이 되지 못한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주는 감동은 같은 시대를 다룬 선배 작가들과는 달리 이념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 학살의 고통으로 응어리진 한 가족의 상처를 가슴 아프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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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